금융시장에 총 950억 달러의 피해를 일으켰던 6종의 멀웨어에 모두 감염된 노트북을 경매에 올리면 누가 살까? 나이키 에어맥스의 밑창 쿠션에 요르단 강의 물을 성수라고 넣어서 1,400 달러에 판매한다면 누가 살까?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팀, MSCHF를 소개한다. MSCHF는 상식의 범주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성공적인 바이럴 마케팅 프로젝트를 반복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고정적으로 판매하지 않는데도 MSCHF의 팬층이 생겼고, 이들은 자발적으로 이 브랜드와 연결되고 싶어한다.
MSCHF는 스스로를 회사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트 콜렉티브, 밴드, 크리에이티브 레이블이라고 소개한다. 회사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마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MSCHF는 단 한 가지 목적으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인터넷을 날려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이들이 뭘 하고 있냐고? 간단하게 설명하면 2주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있다. 마치 슈프림이 새 제품을 온라인으로 "드롭"하는 것처럼 MSCHF.XYZ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들의 프로젝트 중 흥미로운 것 몇 개를 소개한다.
- **The Persistence of Chaos:** 인류 역사상 금융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준 멀웨어 6개에 모두 감염된 삼성 랩탑을 경매로 팔았던 프로젝트. 최종 낙찰가 134만 달러에 팔렸다. Persistence of Chaos라니, 제목이 멋지지 않나요? 마치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이름 같다.
- **Jesus Shoes:** MSCHF가 유명세를 타게 된 프로젝트. 에어 맥스에 요르단 강의 물을 떠다 성수로 넣고 "Jesus Shoes"라고 이름붙여 켤레당 $1,425에 팔았고, 래퍼 드레이크도 구매해서 화제가 되었다.
- **Times Newer Roman:** 학생들이 리포트 페이지를 좀더 쉽게 채울 수 있도록, 일반적으로 영문 리포트에 많이 사용되는 Times New Roman보다 미세하게 자간이 넓은 서체를 만들어 배포했다.
- **Puff the Squeaky Chicken:** 꽥꽥거리는 고무닭 장난감을 이용해 대마초를 피울 수 있는 파이프를 만들었다. 정가가 $42에 판매하지만, 구매자가 마약단속반 소속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면 $4.2에 살 수 있었다.
- **Zuckwatch:** 마치 페이스북 인터페이스와 유사한 페이지에, 아무런 힌트없이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나온다. 입력하고 나면 무엇이 나오는지도 알 수 없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데도 이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트위터나 레딧에서 사람들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MSCHF BOX:** 무엇이 들어있는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 상자를 $100에 팔았다. 이 안에는 베스파 스쿠터, Jesus Shoes, 종이 클립, 씹던 껌, 롤렉스 시계, 루이비통 가방, 에어팟, 드론, 미국 정부 채권, 비트코인이 들어있는 USB, 구글 글래스, 트래비스 스캇 조던 6S 한정판, Zuckwatch 암호 등 정말 가격과 희소성이 천차만별인 다양한 물건이 들어있다. 재밌는 것은 이 상자에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하지 않고 미개봉 상태로 100일 동안 기다리면, 100일 후 MSCHF가 다시 $1,000을 주고 사갔다.
- **Severed Spots:** 88개의 땡땡이가 그려진 약 3만 달러의 데미안 허스트의 그림을 구매해서 땡땡이를 모두 오려내어 각각 1개 땡땡이를 $480에 판매했다. 오려낸 후 남은 바깥쪽 프레임은 경매에 부쳤고, 최종 낙찰가 $261,400에 팔았다. 계산해보면 MSCHF가 약 27만 달러 이득을 본 셈이다.
- **MSCHF X:** MSCHF X라는 이름으로 10개의 스트릿 브랜드 제품을 짜깁기해서 한 장에 $1,010.10를 받고 티셔츠 1,000장을 한정판매 했다. 마치 꼴라주같은 이 티셔츠는 10개의 브랜드 중 어떤 브랜드와도 공식 콜라보 협조 없이 만들었고, 몇 시간 만에 모두 다 팔렸습니다. 매출 1백만 달러 이상을 번 셈이다.
- **Alexagate:** 아마존 알렉사가 우리의 일상을 도청할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장치를 만들었다. 알렉사 스피커 위에 올려두는 장치로, 무려 7개의 초음파 발생 스피커를 통해 알렉사가 대화를 듣지 못하게 방해한다. 이 영상을 보면 정말 쓸고퀄 of 쓸고퀄이다.
- **Card v Card:** 25,000 달러를 넣어둔 통장 계좌가 연결된 카드를 여러 사람에게 무작위로 발급해주고, 특정 날짜부터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잔고가 얼마 남았는지 확인할 수 없으므로, 눈치껏 누가 빠르고 현명하게 꽁짜 돈을 쓰는지 경쟁하는 게임이다.
- **Medical Bill Art:** 세 사람의 병원 진료비 영수증을 인쇄해 예술작품이라며 경매로 내놓고, 영수증 비용인 $73,360 만큼을 펀드레이징하는 프로젝트. 미국 의료보험에 대한 풍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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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강 성수를 넣은 에어 맥스 | 사진: MSCHF
MSCHF가 하는 일이 흥미로운 이유는 아이디어의 참신함 뿐만 아니라 각각의 아이디어를 구현해내는 퀄리티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Card v Card나 MSCHF BOX, Alexagate 홈페이지를 클릭해 들어가 봐라. 각각의 프로젝트가 고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홈페이지의 톤 앤 매너, 인터페이스, 서체, 색상까지 아주 훌륭하다. 장난 같은 일에 목숨 거는 느낌이랄까?